_0200
꽤 묵직한 과제제출과 내가 만들기로 한 조별 발표 데드라인이 열시간도 안남았다. 별 수 없이 이시간에 다시 융 드립 한 잔. (+5) 왠지 이럴때는 죄책감 느껴진다. 점수 잃는 건 싫지만 날로 점수 먹는 것도 그리 맘 편하진 않다. 



_0930
과제작성 마친 게 여섯시 즈음. 개념상실과 유체이탈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길래 한숨 잘까 고민하다, 등 붙이면 도저히 못 일어날 거 같아 그냥 학교로 왔다.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다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렸다 다시 걸어와 대학원 휴게실 소파에 그대로 몸을 던졌다. 어젯밤 누군가 사용하듯, 소파위에 구겨진 테이블보 하나를 이불삼아 덮고 잠시 죽었다 살아나자마자 눈 뜬 시간이 아홉시 반. 살짝 정신이 들어오길래 텀블러 들고 대학원 앞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받아온다. 이제 이녀석만 있음 버틸 만 하다. (+5)



_1330
수업을 마치고 약간의 존경과 격의없는 타박을 섞어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지인과 낮술을 마시러 왔다. 동태찜과 참이슬 오리지날(순한 소주가 유행하는 건 똑같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더 낮은 생산단가로 더 많은 술을 찍어내려는 소주회사의 음모라고 생각하는 1人) 한 병 주문하니 이런, 손 닦으라며 일회용 손수건을 세 개나 주고 가신다. 건너편의 지인은 격의 없이 찌익 찢어 닦는데 내가 그럴 수 있나. 결국 손 안 닦고 그냥 먹었다-_-뭐... 손으로 들고 뜯어먹는 통닭도 아니고 젓가락 쓰는데 뭐... 쿨럭;;;; (딸기님 말마따나 좀 덜 위생적으로 살아도 괜찮다^^) 안 쓴 물수건 가지런히 탁자 한 켠에 두어서 이걸 점수 올릴까 말까 하다 안 하기로 하다. 좌우간 중반전에 접어든 인생 계획을 바닥부터 갈아엎으려는 지인과 함께 앞으로 펼쳐진 일 년과 그 후의 삼십년을 이야기하며 낮술 소주 세 병을 즐겁게, 또 진지하게 비웠다. 결국에는 둘 다 고개를 끄덕인 말 한 자락. 

"날개를 잃어도... 새는 새야."



_2100
집에 들어와 그대로 사망-_-아홉시 뉴스 소리에 깼다. 중전께서 어디서 금쪽같은 배추를 얻어오셨는지(중전의 성향으로 보건데 이 아사리판에 절대 돈 주고 배추 살 분이 아니시다) 김치 한 다라를 담그고 계셨다. 중전께서도 점심을 늦게 드신데다 금상께서 문상 가신다고 늦게 오신다 해서 밥을 안하신다더라. 출출하면 빵이나 먹으라고 하시는데 안될거야 아마, 봉지에 들어있을거잖아. ㅜㅜ



_2300

1일차에 등장했던 녀석이 있다. 자전거포에서 얻은 종이컵 말이다. 여적 내 서가 한 켠에서 동전을 품고 있다. 이제는 2점을 줘도 좋을 때지 싶다. (+2)



오늘의 점수: 어제까지 점수(7) + 융드립(+5) + 텀블러 사용(+5) + 종이컵 재활용(+2) = 19



덧붙여_손이 근질근질의 의미. 아, 인터넷 쇼핑 접으니까 진짜 책이고 CD고 사고싶은게 왜 이리 많냐. 그리고 위기. 커피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앞으로 한 세 잔 마시면 끝이지 싶은데. 어이 버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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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착한시민 2010.10.25 2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계모녀] 그 저금통, 마지막 날 들고 오세요~
    내 .. 지폐를 넣어드리리다 장하다 재활용 저금통! ㅎ


_1030
오늘은
 수업이 없지만 내일 있을 조 발표 때문에 학교에 갔다. 조모임은 한시지만 자료정리를 좀 해 둬야 해서 일치감치 토의실에 자리 잡고 넷북 꺼내 자료 정리. 물론 어리버리한 정신 깨우기 위해 텀블러에 커피 한 잔. 내 잔 가져가서 백원 빠지는 건 즐겁다. (+5)




_1230
밥먹고와서 하면 안 되는 짓을 해버렸다! 한동안 아예 쳐다보지도 않던 모 서양고전음악 동호회의 중고 장터에 별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두둥... 누군가가, 내가 옆에 두고 듣고 싶었지만 CD가 절판되어 구할 수 없던 CD를 누군가가 장터에 내 놨다. 가슴이 쿵쾅쿵쾅. 노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텐데. 보통 이 장터 게시물의 조회수는 300 내외. 내가 봤을 때 조회수는 27. 그런데 이거 시키면 종이상자가 날아올 텐데... 근데 아마도 개인간 거래면 헌 박스 이용하지 않을까. 그래도 쓰레기 나오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얻을 지 모르는데... 지금 점수도 바닥인데... 흔들리고 흔들리다 결국 불량시민 인증을 해 버렸다. 택배 박스 받아 감점 받을 거 각오하고 쪽지 던져 중고 CD예약... 감점은 속 쓰리지만 정말 어쩔 수 없었다고요. 이건 정말... 에잇, 아예 보지나 말 것을. 돌 던지면 맞을께요. 여러분 ㅜㅜ (택배박스로 미리 -5)

그러고보니까 생각나서. 교보문고 바로드림이 안 되는 CD, 지금껏 꾹꾹 눌러 참고 있다. 리브로의 책 50%, CD 40%의 공세를 내가 어떻게 참고 있는지 모르겠다. 불필요한 소비와 소유욕에 사로잡혀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랴. 고종석 선생의 말마따나,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은 본질적으로 악세사리들인데. 그 유혹은 무섭다. 



_1300
평택에서 학교를 오가는 O형은 경향신문 애독자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O형, 나와 사람들을 보자마자 오늘자 경향신문 14면을 흔들면서 씨익 웃는다. 바로 이 글의 아랫글. "졸면서 보다가 깜짝 놀랐다야. 왠일이냐, 니가?" 그때부터 사람들의 비명과 타박이 이어진다. 그중의 압권은 동갑내기 유부녀, 리여사의 독설. 

"야! 너 솔직히 말해! 사진찍은분께 포토샵 돌려달라그랬지? 니가 지금 턱선이 어딨어? 이 사진이 너라는게 말이 돼? 깔깔깔"

옆구리 찌르며 웃는 O형이 다시 리여사에게:

"그러지말고 리여사, 이 사진 스캔 떠서 친구들한테 좀 돌려. 따라쟁이 장가 좀 보내야지."
"미쳤어요? 안되요. 이사진 돌려서 내 친구 잔뜩 기대하고 나왔다가 실물 보면 나 욕먹어~ 호호호~"

동기 중 동갑내기 하나 있는 게 정말 ㅜㅜ, 근데 이싸람들이... 야마는 내 턱선이 아니고 이 캠페인이라구욧! 적잖은 사람들이 종이컵에 맥심 다방커피를 담아 마시는걸 힐끔거리며 보다가, "그러니 머그잔을..." 살짝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아직은 그냥 웃기만 한다. 뭐. 내가 꾸준히 하면 이중 한둘은 변할지도 모르지. 그러고 나는 다시 뒷통수 북북북



_1430
팀미팅을 마치고 정리하는 찰나, 내가 보기에 US 그래픽 노블(쉽게말해 미국만화책)과 양키 드라마에 만만치 않은 오덕력을 소유하고 계신, 그리고 장난기 넘치는 두 아이의 엄마 N누님 등장. 참고로 이 분의 취미 중 하나는 따라쟁이 괴롭히기-_-;;; 전에는 자신을 '이쁜누나'로 호칭할걸 강요하기도 했다. 좌우간 학기 초부터, 내가 이 분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세 가지. "야!", "시끄러워!" "조용히해!" 

이 분, 경향신문 기사를 보더니 살벌한 미소를 씨익- 짓더니 따라쟁이에게 따끈한 맥심 다방커피를 내민다. 

"따라쟁이야 마셔, 내 성의야~ 그리고 내가 인증샷 찍어 경향신문에 꼰지르면 되지? 호호호~~"

에잇 이런 데 내가 넘어갈까? 단호한 표정으로 텀블러를 내민다. 여기 따라주시면 먹지욧!! 
이 뜻을 담은 설정샷이 바로 이녀석. "야! 너 이거 설정샷이라고 경향신문에 일를거야!!"



저 악랄한(?) 종이컵에 담긴 다방커피를 바라보며, 나는 요한복음 첫 구절을 떠올렸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요한 1:5). "

"따라쟁이의 텀블러가 일회용 종이컵의 더미속에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일회용컵이 텀블러를 이겨 본 적이 없다"



_2100
내일 발표할 ppt작업중. 작업진도 보니 오늘도 해 뜨기 전에 눈 붙이긴 글렀다. 한숨 푹- 쉬며 융 드립 한 주전자..(+5)



오늘의 점수: 어제까지의 점수(2) + 텀블러 사용(+5) + 중고CD주문(-5) + 융드립 커피(+5) = 7
여적 한 자리... 이게 뭐냐 이게... ㅜㅜ

p. s. 오전에 유기자님 통해 말씀드린거지만, 따라쟁이 이쁘게 담아주신 경향신문 사진기자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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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0830
주말, 적잖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수업준비를 졸업여행 다녀오며 못한데다 중간과제 제출 데드라인이 끼어 있어 그대로 밤을 새어 에세이 한 편을 쓰고 몇 편의 논문을 읽고 메모했다. 어질어질한 정신줄 틀어쥐고 학교로. 텀블러에 아메리카노 샷 추가 하나 받는다. 이걸로 오전 버티자. (+5)



_1130
"우리 잠시 쉬었다 하죠."

교수님께서 눈짓으로 수업 조교를 부르신다. 무슨 일일까 싶었는데 잠시 후, 조교가 A4박스 뚜껑을 쟁반 대용으로 써서 커피 열세잔을 들고 온다. 교수님 방의 커피메이커에서 뽑은 따끈한 커피! 아침에 뽑아왔던 아메리카노를 거의 다 먹었던지라 반갑긴 한데...

 

그 열 세 개가 종이컵이었다는... ㅜㅜ

누군가를 주려고 해도 다들 종이컵 하나씩 받아져 있고... 커피는 내가 싫어하는 헤이즐넛이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버리고 갈 수도 없고... 에잇 모르겠다. 혀 끝에 가져다 댄다. 타인의 호의가 반갑지 않은 요즘이다. (-5)



_1245
오전수업을 무사히 넘겼다. 다음 수업까지 남은 시간은 세 시간. 그 시간에 다루는 논문은 아홉 편. 두어 번쯤 읽었지만 수업때 제대로 써먹으려면 노트를 제대로 만들어 가야 한다. 대강의 흐름은 알고 있어도 이 논문의 야마가 뭐냐? 하면 한문장으로 대답할 준비는 안 되어 있다. 밥먹으러 갈 시간이 어딨나. 잠시 고민하는데 배는 꼬르륵. 점수와 수업준비 사이에서 방황하다 무릎 한 번 더 꿇기로 했다. 매점에 가서 비닐팩에 싸여진 바나나 세 쪽을 사 와서 수업준비를 하면서 꼭꼭 씹어넘긴다. 이렇게 다시 일회용 비닐과 플라스틱 팩 사용. 분초를 다투던 수업준비였던지라 어쩔수가 없었다지만 정말 이러면 안되는데. 쿨럭;;;; (-5)



_1815
오늘의 수업 끝. 빠지지 않게 수업 참여하며 끝을 봤다. 긴장이 쭉 풀리며 피곤이 몰려드는데 옆에서 건너오는 K형의 목소리. 따라쟁이야, 오늘같은날 한 잔 해야지? 




_2300
2차 마치고 온 다음에도 아직 정신이 멀쩡하다. 따라쟁이의 몸에 벤 술습관 중 하나가, 취기가 돌면 소리에 예민해진다는거. 왠지 한 잔 더 하고싶어 유리병에 담긴 맥주 두 병을 사 와 CD 한 장 걸어두고 조용히 들으며 잔 기울이고 있다. 두세 잔의 커피로 버틴 하루, 내 의사는 아니었으나 일회용품 또 얻어쓰게 된 하루. 그래서 (-)를 치고 만 하루가 흐른다... ㅜㅜ



오늘의 점수: 어제점수(2) + 텀블러 사용(+5) + 종이컵 사용(-5) 
+ 바나나 싸고있던 비닐팩(-5)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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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 기자 2010.10.20 16: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마이너스...눈물이 앞을 가립니다..ㅠㅠ 아직 10일 남았어요!!!!!! 파이팅..

    • 착한시민 2010.10.20 22: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따라쟁이] ㅜㅜ 저야말로 점수 연연하지 않으면서 착한시민의 의미라도 곰곰히 생각해 보려구요. 어쨌든 화이팅. =)

      p. s. 쓸가말까하다가 오늘에야 제 본진에 여기 소개글 올렸어요^_^o-

  2. 딸기 2010.10.21 1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어억... 마이너스... 우려했던 결과가...

꾸벅... 주말 대학원 졸업여행으로 인해 며칠 블로그를 비운 따라쟁이입니다. 
다른 거 다 재껴놓고, 여행 내내 일회용품의 압박에 굴복해버린 의지 박약한 소시민의 행적을 공개하려니 속이 쓰리는 건 둘째치고 부끄럽고 쪽팔리기 그지 없습니다(엉엉). 대체 여행기간동안 내가 쓴 종이컵이 몇 개고 일회용 용기가 몇 개인지... ㅜㅜ

_15일_0730
대학원 동기 형님/누님들과 용산역에서 조우하여 광주행 KTX에 올랐다. 목적지는 거문도와 여수. 위험요소 많겠지만 그럭저럭 버텨야지 마음먹고 텀블러를 겸할 물통과 젓가락, 숫가락을 챙겼다. 하지만 이런 다짐은 KTX가 서울을 빠져나가는 순간 무너져내리고 말았으니. 

"자, 다들 김밥 드세요~"

아침 대용으로 나눠준 김밥이 어디에 싸여있겠나. 당근 은박지지. 확 먹지 말아버릴까 했는데 우유 한 잔 마시고 온 내 뱃속은 꾸루룩 꾸루룩. 내 적극적 의사는 아니지만 어쨋든 옆자리 앉은 K형과 은박지에 싸인 김밥 한줄 반을 먹고 말았다.  (-5) 그나마 젓가락은 귀찮다는 핑계로 쓰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_15일_1230
점심은 벌교에서 꼬막백반. 집구석에서도 중전께서 잘 하시는 요리기도 하고 울산에서 혼자 살던 시절 땡길 때 해먹었던 녀석이 꼬막무침이라 그닥 기대하진 않았다. 딱 그 수준의 음식. 그래도 냠냠 맛나게 먹고 일어나 기지개 피며 어슬렁 어슬렁 대다가 다들 식후땡으로 담배 한 가치 피면서 커피를 마신다. 나도 커피 한 잔 마실까. 하고 공짜인 자판기 버튼을 누르고 내려오는 달달한 커피 한 잔을 집었다. 아~ 역시 식후땡은 이맛이야............................아????

여행왔다고 정신줄 놔 버렸다. 자판기커피 종이컵이잖아? ㅜㅜ (-5)

"너 임마 내가 여행왔으니 봐 준다. 여기선 그냥 써 자식아."(사람좋은 K형 웃으며)



15일_1530
거문도로 가는 뱃길은 지루했다. 출렁임이 없어서 더 그랬는지 모른다. 그런데 옆에서 터져나오는 악마의 유혹. 

"따라쟁이야, 여기 와서 한 잔 하지?"

주사 있는 J형이 어느새 캔맥 몇 병과 새우깡을 배 안 매점에서 사서 교수님과 나누고 있었다. 안그래도 술 마다 안한다는 캐릭터로 자리매김되어있는지라 여기서 발 빼기도 그렇고, 천사표 K교수님도 허허 웃으며 따라쟁이씨 빨리 와요 이러니 내가 무슨 수로... 별 수 없이 캔맥 따는 소리 짤깍과 함께 감점폭풍이 몰아친다. (맥주캔 하나 -5, 과자 두 봉지를 네 명이 나눠먹었어도 감점은 감점 -5)



_15일_1900
백도 관광을 마치고 돌아와 민박집의 회 정식으로 저녁을 먹는데 이런 젠장, 컵이 몽땅 종이컵이다. 이판국에 500ml물통을 비우고 여기다 따라달라고 내밀면 그래 어디 너 한번 죽어봐라 하고 만땅 채울 기세. 나도 목숨은 하나인 평범한 소시민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종이컵 써 버린다(-5) 그렇게 소주 몇 잔을 마시고 약간 알딸딸해지고 해가 완전히 넘어가자 바로 민박집 마당에서는 바베큐 파티와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당연히,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의 만찬이 벌어진다. 

하도 여기저기서 술을 권하고 받아마셔서 유체이탈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그래도 좀 아껴 보겠다고 종이컵 하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젓가락도 하나만 집어 가지고 다니려고 노력했으나 역부족 앤드 대략 낭패. 거기다 어찌다 자기들 종이컵에 술 따라 잔은 돌려대는지... 못잡아도 서너 개의 종이컵을 내게 안겨주고 떠나간 사람들 & 교수님들, 정말 밉다 미워... 아 속상한데 술이나 마셔야겠다. 조개구이는 짭조름하고 소세지도 맛나며 버섯은 쫄깃하구나. 그런데 나 지금 뭐하는거지? 

(어림잡아 쓴 세 개의 종이컵 -15, 젓가락 하나 -5)

오늘의 점수: 어제까지의 점수(77) - 불량행태(-40) = 33


_16일_0100
유체이탈 직전의 육신을 끌고 와서 잠드려는데 날아온 절친의 문자  "장재인이 떨어졌다 XX" ㅜㅜ



_17일_0700
간신히 눈을 떠 어질어질한 정신으로 아침먹으러 내려간다. 50명이나 되다보니 상이 두 곳으로 나눠 차려졌다. 딱 보니 바깥쪽에는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을 쓰고, 안쪽의 식당에는 쇠젓가락과 컵을 쓴다. 내가 어제 앉았던 곳이 재수가 없었구나. 자리 나길 기다려 잽싸게 일회용품을 피해간다. 나이스!(근데 이걸 점수로 올릴 수는 없겠지)



_17일_1200
거문도의 트래킹 코스는 참 좋았다. 야트막한 경사로. 섬 둘레를 따라 형성된 숲길을 바다 끼고 걷다 보니, 지난 여름 2주동안 제주올레 일주했던 기억도 나고. 같이 간 대학원 동기 형님들과 사진도 찍고... 

(착한시민 관련 사진은 아니지만... )

어쨌든 잠깐의 산책을 마치고 와서 점심을 먹는데... 아니, 도대체 여행지 음식점들 다들 왜 이모양인거냐. 여기도 어김없이 종이컵이다. 어지간하면 내 물병에 있는 거 먹고 버티려고 했는데 우라질, 내 앞에 앉은 J형이 종이컵을 일렬로 수거하여 막걸리를 잔에 채워서 돌리신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안 비울 수 있나 ㅜㅜ (-5)



_17일_1500
점심 먹고 동양 최대의 등대 구경을 마쳤다. 즐거운 트래킹 코스를 한 번 더 걷고 돌아와 여수로 가는 배를 기다린다.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 여기저기 거문도 구경하고 있는데 나를 부르는 소리, 따라쟁이야, 아이스크림 먹어라~ 하고 내미는 쭈쭈바형 아이스크림 하나. 아니, 이걸 어떻게 거절하라고... 계산까지 다 마치고 해맑게 먹는 사람들 가운데서! (-5)



_17일_1830
서울에서 오신 교수님들과 여수에서 합류, 멋들어진 저녁을 먹고 2차 가서 또 술을 참 많이 마셨다. 다행히 일회용품은 눈에 비치지도 않았...... 지만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의 점수: 어제까지의 점수(33) - 불량행태(-10) = 23
이거 여행 마치기 전에 0점 찍는거 아닌지 모르겠다-_-a



_18일_0230
노래방을 거쳐 교수님 숙소에 보내드리고 최후의 생존자들이 여수 모처 포장마차에 삼삼오오 모여서 우동을 먹는다. 당. 연. 히. 일회용 나무젓가락이다. 손으로 국수가락을 집어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가방을 두고 와서 어쩔 수 없이 나무젓가락을 짝. 하고 쪼개 쓴다(-5)

따라쟁이씨, 오늘 고생했는데, 우리 한 잔만 더 하고 가지? 저기 편의점에서? 
전에 이야기한 적 있었나. 따라쟁이는 과 총무다. 에잇, 이까이꺼~ 오케이. 마지막까지 남은 여러분, 총무 직권으로 공금에서 캔맥 쏩니다! 호기롭게 외치고 남은 아홉명을 숙소 근처 편의점으로 이끈다. 4차에 걸친 전투(?)속에 취기가 아직 남아서 그런가. 전문용어 IBM(I:이왕, B:버린, M:몸, 이왕 버린 몸)을 외차며 사람들 머릿수만큼 캔맥주와 까까 몇봉지를 사와서 풀었다. 형님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뭘, 따라쟁이씨가 고생했지. 마지막 회포를 풀며, 오늘 새별 주사를 부린 몇 명을 잘근잘근 씹으며 그날의 술자리를 마무리했다. 나름 뿌듯했지만 아뿔싸, 캔맥주와 과자봉지, 어쩔꺼냐... ㅜㅜ
(캔맥주 -5, 과자봉지 -5)



_18일_0700
당연히 일출은 못 보러 갔다. 조용히 일어나서 아침먹으러 오동도의 간장게장 백반집으로. 아니 그런데 대체 여수의 이름있는 음식점끼리 담합이라도 했나, 컵 대신 또! 종이컵이다. 이번에는 쓰지 않고 조용히 탁자 밑에 내려놓았다. 이거 정말 문제다. 음식점에서 일회용품을 대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쓰는 거 말이다. 



_18일_0940
이제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안. 여수에서 출발해서 익산에서 KTX로 갈아타고 용산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캔커피를 마시면서 여행 때 가져온 책을 읽고 싶은 욕심에, 매점에서 커피를 고른다. 주제에 커피 입맛은 또 까다로운 따라쟁이, 유리병에 담긴 스타벅스 병 커피는 가격대 성능비가 너무 안 좋아결국 감점을 각오하고 캔커피를 하나 고른다. (-5)



_18일_1220
익산역에서 KTX갈아타는 잠깐의 시간동안 도시락을 나눠준다. 역시나-_-1회용 플라스틱 용기의 압박. 그렇다고 밥 굶을 수는 없고. 눈물을 머금고 도시락을 받아든다(-5). 대신 소심하게, 가방에서 젓가락을 꺼내 일회용 젓가락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보니까, 도시락 나눠줄 때 젓가락 담긴 작은 봉지에 물티슈, 그냥 휴지, 이쑤시개, 거기에 플러스 다 먹은 도시락 담으라고 작은 비닐봉지까지 넣어져 있다. 정말 이것까지 줄 필요가 있을까?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게 아닐까? 살짝 갸우뚱했다. 좌우간 그렇게 야금야금 도시락을 먹고 기지개 냐암. 



_18일_1600
집구석 도착. 때목욕 하고 다음주 수업준비를 위해 융드립 커피 한 잔 뽑아 책상 앞에 앉았다. 행정학 석사과정 따라쟁이, 다시 시작이다. 이얍!!



오늘의 점수: 어제까지의 점수(23) + 불량행태(-25) + 융드립 커피(+5)= 2 
내가 무슨 착한 시민이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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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착한시민 2010.10.18 08: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계모녀] 눈..눈..눈물이 앞을 가려 .. 다 읽을 수가 없어요 ㅎ
    꼼꼼한 점수계산과 일지기록에 보나스 점수 드리고 싶다능- 크흐.

  2. 따라쟁이 2010.10.18 13: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상하죠? 일회용품 언제 뭐 썼는지 이렇게 또렷하게 기억에 남다니...
    그나저나-_-저 점수들 이제 어떻게 찾아오죠? 쿨럭;;;;;

  3. artemix 2010.10.18 14: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악.. 어째요..
    2점이라니.... 융드립커피를 하루 두잔씩 열흘을 마시면 회복이 되려나요?? ㅎㅎ

  4. 착한시민 2010.10.18 16: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 기자/ 하아.......읽으면서 계속 '으악' 소리가 나오네요. 대략낭패의 상황...험난한 주말을 보내셨군요!!! ㅠㅠ

  5. 착한시민 2010.10.19 00: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라쟁이]

    artemix님_아, 그건 제가 좋아서 마시는 거니 하루에 +5점 이상 안하기로 했습니다. ㅜㅜ 이거 풀까 잠깐 고민하다 오늘 만나서 다른 착한시민들과 이야기했더니 다들 웃으시더라구요. 유지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그 방법은 아니되옵니다.

    유기자님_진짜 대략 낭패였죠-_-무슨 기분이었을지 짐작 하실걸로 믿습니다. ^^;;;

_0530
오늘은 대학원 현장수업으로 인천공항공사 방문하는 날이다. 어떻게 알람도 안 맞추고 잤는데 귀신같이 이 시간에 눈이 떠 졌다. 타고난 아침형 인간, 종달새 따라쟁이!! 였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뼈속까지 올빼미의 피가 흐르는 인간이 난데. 일찍 눈 뜬 이유는 어제 퍼마신 막걸리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몸 버려, 속 버려, 일회용 PET병에 자원낭비야. 역시 술을 끊어야 한다. 쿨럭;;; 

어제 퍼마시느라 못 본, 오늘 수업자료 논문 PDF를 TXT로 바꿔 전자사전에 집어넣고 부랴부랴 씻고 나오는데 젠장, 생식통을 또 놓고 올 수야 없지. 50m쯤 갔다가 돌아와서 가방에 텀블러 집어넣고 다시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_1200
견학을 마치고 근처 쌈밥집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쌈밥집은 가격도 헐한 데다 이런 시국에 무려 채소와 반찬(무려 제육볶음까지!)이 무한리필이다. 이런 착한 밥집이!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숙취도 안 풀린 채 새벽같이 달려온 보람이 있구나! 거기에 간장게장에 짜지 않은 쌈장과 감동의 갈치속젓까지!

그런데 이런... 쌈밥집 사장님, 물컵으로 일회용 종이컵을 주시다니... 사람들에게 종이컵에 물은 따라주면서도 내 것을 어이 할까 하다가 슥- 하고 식탁 아래로 밀어넣었다. 이거 안 썼다는걸 어떻게 표안나게 해야 할까. 이댈 두면 버릴 게 틀림없는데. 잠시 고민하다가 갑자기 인천 막걸리가 날아든다.종이컵에 받으라 할 건데... 아... 안 받을 수도 없고. 어제 숙취 때문에 못마신다할까 어쩔까. 고민하는데 다행히 막걸리 마시라고 사발잔을 주신다. 다행이다! 



_1300
학교로 오는 버스 안에서 전자서전에 넣어 둔 수업자료를 읽다가 잠시 딴 생각. 잘 먹고 일어서긴 했는데, 끝끝내 쓰지 않은 종이컵을 그냥 놔두고 온 게 후회스럽다. 그냥 표 안나게 일어나서 안쓴다고 돌려드릴껄. 다음부터는 소심하게 식탁 밑에 놓지 말고 그런 일 발생하면 쥔장에게 종이컵 안 쓴다고 돌려드려야겠다. 누가 보면 또 유난 떤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쥔장도 좋아하겠지. 종이컵 아끼는 것도 돈인데. 



_2100
어제 막걸리 푸느라 노들역에 두고 온 자전거를 타고 집구석 컴백. 저녁먹고 씻고나서 할일을 되새기고 다시 한 번 좌절.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논문요약 비평 과제가 있는데 다른 일에 치여 제대로 못 한지라 오늘 깨끗하게 날밤 까지 싶다. 보나마나 기계(머릿속 순두부와 기타 등등 따라쟁이의 손과 발, 그리고 엉덩이)돌리기 위해 기름칠(커피, 홍차, 기타 등등 카페인 음료) 무지 하지 싶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융 드립 한다고, 티 프레스 쓴다고 매번 5점씩 더하는건 좀 야매스러워서... 나같은 중증 카페인 중독자에게 말이다. 공장 다닐 때 하루 커피메이커에서 뽑는 드립커피 소모량이 야근 안 하는 평날은 1L, 야근 하는 날은 보통 그 두배를 퍼마시고, 집구석에서도 책 좀 빡세게 읽고 에세이 좀 심각하게 써야 하는 날은 500ml 서버 두세개가 우스울 지경이니... 그래서 커피 마시면서 점수 따는 건 하루 +5점으로 한정하기로 한다. 

오늘의 스코어: 어제까지점수(90) + 융드립 커피(+5) =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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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착한시민
TAG 종이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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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외계모녀 2010.10.05 2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융드립커피님 강림 더 하셔서 ... 이 밤의 끝을 잡으셔요 :>

  2. 유 기자 2010.10.06 1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막걸리가 빠지는 일기가 드물다는...ㅋㅋㅋ

    • 따라쟁이 2010.10.06 11: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이름은 따라쟁이고요...(잠시 침묵)알콜중독자입니다(어흐흑...)"

      몇년전에 재밌게 읽었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 이렇게 끝나지요(기억에 로렌스 블록이었나-_-a). 사실 제 취향에 딱 맞는 술은 아니지만 냉장고에 들어있는 것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안주가 되는 술이라 편리하긴 합니다^^

      그, 그런데 유기자님, 여기에 막걸리 이야기보다는 커피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쿨럭;;;;;;

_09:30 
여유있게 학교에 도착했다. 교실에 들어가 수업준비를 빙자하여 사람들하고 잡담이나 할까 하다 가방에 있는 책부터 도서관에 가져다주기로 한다. 빠르게 걸으면 정문에서 중도 찍고 수업전에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판정으로 교실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농담 조금 섞어, 산(운동장 옆 고개) 넘고 물 건너(자하연이라는 연못?-_-a) 중도 찍고 오니 헥헥. 몸 조금 쳐지는데 수업시간에 졸 거 같다. 캔커피라도 하나 사서 들어갈까 하다가 아차, 오늘부터 일회용품 안써야지? 가만있자, PET안쓴다고 했지 캔음료 안마신다곤 안했는데. 괜찮지 않나? 근데 왠지 찔리긴 하네. 잠시 고민하던 사이 자판기 지나쳐 어느새 교실 문 앞이다. 에잇, 안 졸고 버텨보지. 어쨌든 감점 없다(지화자~). 

_1110
잠시 쉬는 시간. 어젯밤 한 잔 한 사람들은 술도 깨고 정신도 차릴 겸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 마시러 간다. 나는 사물함에 가서 이X 생식통을 가져와 물로 대강 헹구고 가방에 넣는다. 이거 가방에 없을때 우루루 몰려가서 뭐라도 마시면 대략 난감일 테니까. 

_1245
정신줄 간신히 부여잡고 두시간 반 수업을 간신히 버텼다. 오후수업은 오늘 휴강. 사람들과 밥 먹고 차한잔 하면서 이야기하다 집에가면 되겠구나. 순대국밥을 지인들과 낄낄대며 먹다가 '착한시민프로젝트'이야기를 했다. 역시나.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 이세은씨도 참가한다는 거. 오오, 정말 예뻐? 어. 연애인이 다르긴 다르더라. 그래. 너라면 할만하지. 한번 잘 해 봐라. 하는 이야기. 

밥먹고 나오는데 동갑내기 자그마하고 귀여운 새색시인 대학원 동기 리여사가 어깨를 툭 친다. 커피 쏴. 내가 와플 쏠께. 그럴까? 뭐 마실래? 지인들 다섯 명의 성향을 호구조사하고 계단을 내려와 식당건물 1층의 테이크아웃 카페로 걸어갔는데 이런 대략 난감... 사람들이 와글와글하다. 거기에 카페 선반 너머에는 네 명의 직원분들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고 메뉴를 만들고... 이런 분들에게 내가 텀블러를 내미는 게 민폐가 되지 않을까. 소심한 걱정이 들더라. 에잇... 제일 단순한 거 먹자. 하고 용기를 내어 카드와 함께 내 생식통을 내민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랑 아이스아메리카노 네 잔 주시고요, 아이스아메리카노 하나는 여기 이 물통에 담아주세요. 그리고 사과잼 와플 세개, 생크림 와플 두 개하고요."

그러면서 걱정. 짜증내시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런데 왠걸, 주문받는 아주머니 활짝 웃으신다.

"예. 여기에 드릴께요. XX씨~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은 여기에 주세요."

하더니 웃으시며 일회용 플라스틱 투명잔보다 키가 큰 물통에 가득- 얼음을 담아주신다. 그것도 웃으면서. 마음이 탁. 풀렸다. 아, 이렇게 바빠도 해 주시는구나. 감사해야 할 일인진 모르겠으나 가슴뭉클했던 건 사실이니까. 


(왼쪽이 일회용 플라스틱컵, 오른쪽이 저의 텀블러 대용 이X 생식통)

뚜껑이 있는 컵을 들고 다니니 편한 점 중 하나. 슥- 받아 점퍼 주머니에 넣어버리고 친구, 선배들의 컵을 손으로 들고 배달갈 수 있다. 그렇게 운동장 앞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데... 



"대중아, 여기 냅킨도 일회용품이잖아. 이거 너 그냥 맨손으로 먹어야되. 환경을 사랑해야지~"
"그렇네, 맞아~ 잼도 손가락 쪽쪽 빨아먹으면 되잖아~"
"너 자식 유난 떨더니 잘 걸렸다. 없이 한 번 먹어 봐 자식아. ㅋㅋㅋ"

이 무수한 갈굼 속에서 아차 싶더군요. 여기 냅킨도 그러한데... 정말 맨손으로 먹을까 했는데 이미 저 기름종이와 냅킨에는 잼이 묻어있고... 이건 지금 덜어내도 재활용이... 에라 모르겠다 하고 기름종이와 냅킨을 사용해서 꼭꼭 씹어먹었습니다. 대안이 없긴 한데 이건 참... ^^;;; 

_1600
현재 따라쟁이의 서식지는 월곡동입니다. 보통 별 일이 없으면 자전거를 타고 한강대교 남단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갑니다. 그런데 지난 수요일, 용두동 중랑천 자전거도로 시작점에서 자전거 타이어 튜브가 나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수업도 일찍 끝났겠다, 용두동에 세워둔 자전거를 근저 자전거포로 끌고 갔습니다. 

계세요~ 부르니 빡빡머리에 살짝 조폭 분위기가 나는 아저씨가 나와 잠시 긴장탔습니다만, 사람 좋게 웃으시면서 '아이고야 빵꾸가 나버리셨네~'하는 너스레에 마음이 그냥 풀려버렸습니다. 

"(활짝 웃는 자전거포 주인 아저씨)안쪽으로 잠시 들어와 커피 한 잔 하시죠?"
"그럴까요?"

아, 이때 알아야 했습니다. 정신줄 잠시 놓고 멋진 자전거 구경하느라 한 눈 팔고 있는 사이!

"맛있게 드세요!!"
해맑게 웃으며 내민 그 손에 쥐여진 종. 이. 컵. 과. 맥. 심. 커. 피. 한. 잔. 
(!!)

-5점이다... 


아, 조금만 정신 차렸으면 가방속의 물통을 꺼내는건데... 속으로 반성했지만 때는 늦으리. 이왕 이렇게 된 거 맛나게 먹자 하고 후루룩 마시며 자전거 수리를 지켜봤습니다. 튜브 만원에 갈고 수고하셨습니다. 꾸벅 인사한 다음 자전거 안장에 가방 풀고 물통을 꺼내어 조용히 종이컵을 담았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해봤던지라, 물통에 간신히 종이컵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집에 가져가기로 하고, 자전거포를 나섰습니다. 이거 정신줄 놓으면 그대로 일회용품 사용으로 이어지는 세상에 사는구나. 좀 더 예민하게 생각하고 살아야겠다 싶더군요. 이것과 별개로, 청계 7가의 자전거포 아저씨, 아주아주 친절하십니다. ^^


_1800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생각했지요. 이녀석을 어디에 쓸까... 집에서 다방커피를 마시지도 않으니 원. 고민고민하다 내린 선택인즉슨, 별 생각없이 서가 한켠에 두는 동전정리함으로 쓰기였습니다. 



붓펜으로 '지속가능 저금통'이라고 슥- 써 놓고 서가 한 켠에 동전을 담아 놓았습니다. 

아직 하루는 저물지 않았지요. 아마도 저녁 먹고 다음주 수업준비하면서 두어 잔의 커피를 더 마실 겁니다. 프렌치프레스가 될지, 에스프레소 머신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요. 이제 나머지는 자기 전에 정리하겠습니다. 

_2000
여덟시뉴스 할 시간에도 엄니가 오실 기미가 안 보여 저녁준비를 했다. 찬밥이 내 주먹 절반쯤 남아있더라. 엄지손가락만큼 떼어 '딜리셔스~'이러고 씹으면서 적당한 냄비에 물 얹어 지난 여름 다 못 먹은 모밀면으로 비빔국수를 만들어 밥 한덩이와 낼름 먹었다. 그러고나서 또 퍽퍽한 책 볼 생각하니커피가 땡긴다. 여과지는 안 쓰기로 했고. 그러면 에스프레소 머신을 쓸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머신 전원 올려서 보일러 데우고 하는 게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럼 여과지의 대용품을 찾아볼까? 하다가 든 생각. 그래. 한약 다리는 삼베천이 있었지! 싱크대를 뒤져 삼베천을 찾았다. 이넘을 드립퍼이 맞춰 잘라 여과지 모양으로 바느질을 할까 하다가 그냥 써 보기로 하고 드립퍼에 얹은 다음 커피를 갈아서 부었다. 그래서 나온 모양인즉슨...



(투박한 따라쟁이의 책상 위. 왼쪽이 드립퍼를 덮은 삼베천이고 오른쪽이 서버로 쓰고 있는 녀석입니다. 오른쪽 녀석의 출처는 아시는 분 알겠지만 다이소입니다^^;)

대강 모양은 나온다. 근데 드립이 될까? 



따뜻한물로 살짝 적시는 모습. 왠지 잘 될 거 같다. 잠시 숨을 고른 다음 천. 천. 히. 물을 붓는다. 삼베천이 아무래도 종이보다는 체가 성글어서 물이 훨씬 빨리 빠지기에 드립주전자 물줄기도 천. 천. 히. 부으려 했다. 그렇게 한 번 뽑은 다음, 남은 녀석은 컵받침으로 쓰는 손바닥만한 여행용 나무도마위에 펼쳐놓는다. 



(융 바닥에 네모나게 깔린 넘이 작은 나무도마. 옆에있는넘이 드립퍼)

여하튼. 커피 서버 하나분량 완성^^



종이보다 성글어서 그런지, 커피기름이 둥둥 떠 있다. 마셔보니 여과지보다 조금 센 맛이, 그리고 커피콩의 기름기가 느껴진다. 여과지를 쓰는 것과 사뭇 다른 강한 느낌이 나쁘지 않다. 빨아쓰는 일이 좀 번거롭긴 하겠지만 그정도야 뭐 감수해야지.

그러고보니 완전대체제 찾아서 여과지 한 장 안 썼으니 이걸로 +5점 득점인가? 핫핫!! 오늘 종이컵으로 빵꾸난 거 메꿨다. 야호~

오늘의 감점
자전거포에서 종이컵 1개 사용(-5): 조금 더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호의로 베푸는 친절한 1회용품을 기분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을 고민해야겠다. 

오늘의 득점
여과지를 대신하여 삼베천 사용(+5): 오늘 오후, 자전거포에서 터뜨린 병크를 완전히 회복한 한 방. 

따라서 현재 점수: 기본점수 100점 -5점 +5점 = 100점

주말, 한 개의 약속을 제외하면 내내 수업준비로 악전고투가 예상되는데... 정신줄 놓았을 때 무심코 1회용품 쓰는 일 없게 조심해야겠다. 이것으로 첫날은 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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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착한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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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외계모녀 2010.10.01 2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자기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가 일회용품을 쓰나 안 쓰나만 보고 있는 듯 ㅋㅋ
    일회용품의 대안을 내놓을 때마다 5점 플러스와 함께 지속가능저금통에 동전을 모아보세요.
    물론 결국 내 돈이 들어가는 거긴 하지만 한 달 후 결과를 보면 꽤 뿌듯할 듯 :>
    아직 꿈과 희망은 많답니다! ㅋㅋㅋㅋ

    • 착한시민 2010.10.01 21: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따라쟁이] 지켜본다는 생각은 좀 무섭고요^^ 제가 좀 더 예민해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분나쁘지 않게 호의를 베푸시는 분들의 1회용품을 웃으며 거절하는 스킬도 구해보렵니다. ㅋㅋ 아,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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