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스트레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2.14 [아올] 스마트폰 모니터와 스마트하지 않은 안녕 (4)

제가 스마트폰을 쓰기 전에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mp3플레이어 기기를 들고 다녔는데, 지하철에서 그걸 들여보다 문득 고개를 들면 사람들 대부분 핸드폰, mp3플레이어, pmp 등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환승하러 갈 때에도 다들 손바닥보다 작은 화면에 집중한 채 걷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긴 하지만 등골이 오싹해지며 '좀비'를 느꼈습니다.



한적한 시간이라 모두가 모니터를 보는 진풍경을 잡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책을 보는 분도 있네요.

모니터를 끄기로 한 첫 날, 출근하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가두고 꺼내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책을 꺼내 보았지요. 간만에 책을 읽으니 뿌듯하기도 했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는 걸 느꼈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화면이 아닌 행간을 읽고 사라락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잃은 지 오래구나, 식은 땀이 흐르더군요.
눈 앞에 당장 나타나지 않으면 픽, 하고 질려하는 모습에 스스로 많이 놀랐습니다.

모니터없이 책장을 넘긴 시간에 뿌듯했지만 이내 스마트폰으로 업무 메일을 바로 확인하고 서둘러 나간 외근길, 지하철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 '아직 철이 덜 든 시민'이라 트위터에 고백했습니다.

제가 잉여력을 뽐내며 새벽에 일어나 신청한 아이폰을 1차로 받았을 때 아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었으나, 스마트폰 모니터와 생각보다 오래 마주 보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금요일 저녁 퇴근 길에 업무 전화를 받고 금요일 밤에 확인하고 토요일에 처리해줄 수 있겠냐는 요청을 받았는데, 망설이다 그렇게 하겠다 했더니 "아, 그럼 핸드폰으로 바로 확인 가능하신 건가요?" 반가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요. "아하하, 네 그럼요" 어색하게 웃으며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없었다면' 씁쓸해하며 일을 처리했습니다. 이벤트를 소개해야 해서 저녁 약속 장소에서조차 트위터에 접속해 멘션을 하고 반응을 살피고 있는 제 모습에 헛웃음이 났던 적도 있고요.

정보를 바로 눈 앞에 바로 대령하는 스마트폰은 낯선 곳에서 당황하지 않고 길과 교통편을 찾아주기도 하지만, 그 때 그 때 메일을 확인하고, 모르는 것은 검색해서 알아볼 수 있으니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는 핑계는 더 이상 어려운 핑계가 되었습니다. 속도가 빨라져 편하지만 그 속도를 아낀 시간만큼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닌 듯 합니다. 업무와 정보 검색 효율은 높아졌을지 몰라도 생활의 숨구멍은 조여오는 듯 합니다.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주고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 도입을 서두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스마트 워크’ 시대의 도래가 얘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늘도 짙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정보 유목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직장인들은 스마트폰을 족쇄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일과 쉼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삐삐(페이저)나 휴대폰에 견줄 수 없는 ‘모바일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략) 모바일 오피스의 효율성이 모바일 스트레스의 결과라면 스마트폰의 허상(虛像)일 뿐이다. 스마트폰에도 중용(中庸)의 미덕은 필요하다.

[여적]모바일 스트레스
2010.9.6. 경향신문


스마트폰을 들여올 때쯤 읽었던 기사가 생각나 다시 봤습니다.


헌데 '온전히 업무만 해결하는 것만으로 지나친 시간을 할애하나'하면 딱히 그것도 아닌 듯 합니다.
업무 시간 외엔 '쳐다도 보기 싫은' 모니터를 통해 또 다른 즐길거리를 찾고 보느라 놓지 못하고 있었던 제 생활을 돌아봤습니다.
트위터로 조잘대는 시간을 줄이려 해서 트위터를 꺼두었다가 간만에 접속했을 때 읽지 않은 글이 수 백개씩 쌓인 것에 조금 으쓱했지만 모니터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생활을 바로 잡는 데 조금 더 엄격해야겠구나, 싶습니다.

스마트폰 모니터와 스마트하지 않은 안녕,
'스마트폰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해 스마트하게 안녕했으면 합니다.

아, '그럴 거면 스마트폰을 내게 넘겨'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착한시민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매실장아찌 2011.02.15 10: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마트 좀비...공감합니다. 저도 점점 지하철에서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고 스마트폰을 응시하게 되네요. 밥먹을때도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확인한다고해서, 스마트해지는건 아닌거 같은데....
    핸드폰이 생기면서 언제,어디서나 전화를 받아야하고, 받지 않으면 예의없는 사람 취급받듯이,
    이제..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언제,어디서나 업무를 해야만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는게 아닌지.싶어져요..

  2. 이기자 2011.02.15 14: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비...! 정말 제대로 된 표현이군요. '여적' 칼럼을 링크시켜 놓는 센스까지...! 훌륭하십니다.^^

  3. 딸기 2011.02.16 11: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저도 스마트좀비... 책아 너본지 오래로군아. 오로지 스마트폰과 웹질만... ㅠ.ㅠ

  4. 리인K 2011.02.20 15: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보는 지금도 좀비노릇을 하며, 책은 가방에 먹이러 주고서 읽는 중이네요 ㅠㅠ우엉.. 스마트시대가 도래하면서 인내심도 없어지고 삶의 호흡도 짧아지는게 아닌가 싶어요. 효율보다 깊어지는 삶을 요하는게 필요해여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