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가 오랜만에 추억의 음식(?)을 발견했다. 바로 사진의 환자용 음료수 또는 유동식. 10년도 더 전에, 불의의 사고(?)로 보름 이상 곡기를 끊어야만 했던 적이 있다. 덕분에 병원 매점에서 파는, 이런 영양 만점 음료수를 종류별로 마실 수 있었다. 이 제품은 그 가운데 가장 즐겨 마셨던 것. 내 옆에 잠깐 머물러 가셨던 룸메이트 아저씨 한 분도 이걸 계속 찾으시다가 어느 날 밤, 잠든 사이에 갑자기 사라지셨다.

 

환자들에게는 식이요법이 중요한데, 그 핵심은 결국 통제라고 할 수 있다. 먹어야 될 것과 말아야 될 것을 정확히 구분하고, 그 양도 철저히 지키는 것. 그래서 캔을 뒤집어 라벨을 보면 정말 너무나도 많은 성분들이 들어가 있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조차도 전부 다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종류는 말토덱스트린(maltodextrin)이나 변성전분(modified starch), ‘-검’으로 끝나는 첨가물들이다(아카시아 검, 구아 검, 산탄 검 등). 이러한 첨가물들은 주로 특정 성분을 뺀 상태에서 식품의 맛이나 점성, 식감에 영향을 미친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면, 일단 말토덱스트린은 전분을 처리해서 단백질, 즉 글루텐을 제거한 다당류이다. 다양한 곡류의 전분을 처리해서 말토덱스트린을 얻을 수 있지만, 미국의 넘쳐나는 옥수수 생산량을 고려할 때, 옥수수에서 추출한 것을 확률이 높다.

 

변성전분에서 ‘변성(modified)’는 전분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성질을 물리, 화학, 또는 효소반응으로 바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변성을 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전분이 가지고 있는 점성 강화 능력(thickening power)를 조절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감자나 옥수수 전분 같은 걸 넣어서 탕수육의 소스를 걸쭉하게 만든다면, 이 전분이 소스를 걸쭉하게 만드는 온도를 낮추거나 높이거나 또는 특정 온도에서 그 점성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다양한 변성전분이 유화제, 증점제 등으로 쓰이는데, 그 예를 들자면 사실 끝도 없다. 라면을 포함한 많은 음식에도 변성 전분이 들어가 있다. 검 종류 또한 증점제로 샐러드 드레싱 같은데 거의 대부분 들어 있다.

 

너무나 많은 식품 첨가물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결국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완전하게 헤아리는 것이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냥 상식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본다면 열량과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만든 가공식품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환자들의 건강에 이로운 것인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워진다. 어찌 되었든 구수한 맛을 표방한다고 누룽지향을 넣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말 누룽지 사탕과 똑같은 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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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착한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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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vi 2010.11.05 1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환자용'으로 무엇인지도 잘 알 수 없는 성분들을 '간편하게'섭취할 수 있도록 캔으로 만들었나보네요. 단순히 열량과 간편함만을 고려한 것은 아닐테지만 참 마음 한구석이 께름칙해지는 것이...

  2. 착한시민 2010.11.06 0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bluexmas님 로커스트콩검 많이 나빠요? 백과사전엔 그냥 이런거다, 밖에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증점제이고 아이스크림, 과자 같은 곳에 쓰인다고 나와있기는 한데, 생협 아이스크림에 들어 있더라고요. (탱누나)

    • 2012.03.21 05: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헐...생협은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식품만 파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요... 새로운 사실을 알고갑니다.
      첨가물 없는 식품먹기가 너무 힘드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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