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감사 또 감사. 따라쟁이가 썼던 일회용품 대체품들. 늬덜이 고생 많았다. 


왼쪽 위부터 고도라이즈(고도리 방향^^)로 티 프레스, 사용했던 종이컵으로 마련한 동전모음통, 커피잔 받침대 내지는 융천 말릴 때 쓰던 휴대용 도마, 혼자 술마실때 애용했던 병맥주 뚜껑, 다회용 나무젓가락, 드립커피 필터 대용으로 쓰던 삼베천, 그리고 MVP, 텀블러(라고 읽는 XX생식 물통)



vital behavior라는 넘이 있다. 습관을 바꾸는 건 아주 작은 행동 하나로부터 시작한다. 그런 시발점이 되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이야기해보자. 비만인 사람이 다이어트 하겠다면서 별다른 목표나 행동변화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무작정 덜 먹고 많이 걷자, 고 하면 지속하기 힘들다. 그러나 아주 간결한 목표, 일곱시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 혹은 집에서 도착하기 지하철 두 정거장 전에 내려 20분 안에 빨리 걷겠다, 같은 명확한 행동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해 간다면 목표가 모호할 때 보다 행동을 바꾸기 쉽다. 지속성과 자신감이 붙는 것이 첫째, 그리고 이런 행동을 지속하다보면 무엇을 강화해야 할 지 더 많은 것이 보이기 때문이 둘째다. 그래서 무언가, 자신 혹은 집단의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할 때, 저런 vital behavior를 적절하게 정의하고 지속성있게 실행함이 매우 중요하다.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 "일회용품 안 쓰고 살아보기"라는 시도가, 아마도 평생 도시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할 내 삶의 목표 중 하나, '도시에서 지속가능하게  살아가기'에 좀 더 가까히 다가가는 vital behavior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회용품, 그것도 모든 일회용품이 아니라 제한된 목록의 제품들이었지만 안 쓰거나, 혹은 덜 쓰려고 노력하면서 신경 끄고 살던 이런저런 양상들이 눈에 더 잘 들어왔다. 그 이야기를 총정리삼아, 하나하나 해 보려고 한다. 

우선, 안 쓰기로 했던 일회용품 결산
1. PET병에 담긴 모든 제품
자의로 쓴 녀석은 한 개도 없다. PET피처에 담긴 녀석 대신 병맥으로 대체. 몇 안되는 예외는, 대학원 동기들과 잔디밭에서 탕슉에 막걸리 마신 날과, 회식 갔는데 파란 페트병의 장수막걸리가 돌 때. 효모가 살아있는 생막걸리들을 유리병에 넣어두면 가스가 부풀어올라 깨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부풀어오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PET병으로 판매가 되는 건 이해가 간다. 정말 방법이 없네. 분리수거라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 정도가 든다랄까. 효모 죽어 유리병에 넣고 파는 막걸리는 그다지 맛이 없는데... 

또다른 생각. PET병에 담겨있는 녀석들 치고 몸에 좋은 건 없다는 걸 절감했다. 그나마 생수가 제일 낫지 싶고. 이는 밑에 다시 자세히 쓰기로 한다. 

2. 비닐봉지
일상생활에서는 '조금 덜 위생적으로 살지 뭐. 안죽어'이러면 상당부분 커버 가능하다. 헬스장에서 쓰는 실내 운동화. 그냥 책가방에 책들과 같이 넣어다녔다. 바깥의 먼지 먹는 녀석 아닌지라 그냥저냥 다닐 만 했다. 언제 어디서 집구석에 들고 갈 무엇을 받을 지 모르니 가방 한 켠에 언제나 장바구니를 넣어다니는 습관은 필수적. 아니어도 팔운동 하는 셈 치고 좀 들고 다니면 된다. 문제는 마트. 생산쪽에서 그리 해 오는 건 방법이 없다. 그나마 사용가능한 대안은, 작정하고 장보러 가기 전에 집에서 쓰던 비닐봉지 몇 장을 챙기는 거. 이걸로 마트에서 생강 한 뿌리를, 마트에서 나눠주는 봉지를 사용하지 않고 써 봤다. 그리고 무나 레몬같은 녀석들은 그냥 바코드 붙여버리기. 생선이나 고기는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휴...). 

허수열 팀장님께서 살짝 놀라신, 비닐에 담겨있는게 당연한 과자도 해당시켰던 이야기는 아래에 다시...

3. 종이컵
역시 자의로 쓴 건 한 개도 없었다. 이넘은 타인의 호의가 가장 문제였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차 한 잔 드릴까요?'에 해맑게 웃으면서 '괜찮습니다.' 정도일까. 또한 이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가장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 부분. 종이컵 안 쓰고 생식 물통-_-가지고 다니는 걸 본 오프라인 두 분, 트위터의 한 분이 당신들께서도 텀블러를 앞으로 쓰겠노라고 하셨다는 거. 

4. 1회용 silverware
사용할 상황은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 무신경하게 나무젓가락을 뜯는 바보짓을 했던 게 아쉽고. 정신줄 놓으면 끝이라는 건 다시 한 번 절감. 그리고 또 한 가지. 여행지에서 일회용품 폭탄 좀 어떻게 할 방안을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특히 여행지 식당 안에서도 일회용품, 나무젓가락 쓰는 것 말이다. 그리고, 졸업여행 다녀오는 기차 안에서 생각해 본 건데, 적어도 기차 안에서 파는 도시락이라면 다회용 용기를 써도 되지 싶은데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아마도 하청업체의 거래비용이 더 들어가긴 하겠지만, '친환경 녹생성장'을 선도하는 공기업인데, 요구할만하지 않을까? 
 
5. A4 출력 최소화
제출해야할 보고서 이외에는 거의 출력하지 않았다. 읽기자료도 넷북이나 전자사전의 TXT VIEWER기능을 활용했고. 좀 제대로 볼 필요가 있어서 서른 장 내외의 논문 두 편을 출력해서 본 게 전부이다. 그것도 이단 출력에 책처럼 만들기를 활용했다. 

덧붙여, 메모지도 거의 안 썼다. 핸드폰 카메라 기능을 최대한 활용했다. 

6. 드립커피 필터(여과지)
한 장도 안 썼다(지화자!) 가끔 깔끔한 맛이 그립기도 하고, 손님이 세 명 이상 오셨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쓸 거 같다. 삼베천을 빨아 다시 뽑기에는 시간과 수고가 너무 들어가서. 



다음은 vital behavior로써 일회용품 안 쓰기에 대한 몇 가지 단상이다. 



하나. 편한 거 치고 좋은 거 없다. 생산과정에서 비닐팩에 담겨 나오는 시장, 마트의 물품은 일단 논외로 놓자. 비닐팩 등의 일회용품 용기에 담겨져 바로 먹을 수 있는 넘들 치고 몸에 좋은 거 별로 없다는 거, 상식이라면 상식인데 습관이 되어 그동안 너무 많이 소비하고 살았더라. 습관처럼 밥 먹고 사람들과 수다 떨 때 먹어왔던 과자나 이런저런 군것질거리, 콜라, 과일주스, 심지어 비타민제까지도 말이 피로회복이지 당연히 쉬어야 할 몸 혹사시키는 도구 아니던가. 많이 먹고 소비해서 나에게 좋을 것도, 세상에 좋을 것도 없는 것들, 가능하면 안 먹고 안 쓰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살면서 가장 강하게 들었다. 마약과 인터넷 게임만 중독이 아니고 중독 치고 좋은 거 없다. 그리고 간편한 거 좋다고 비닐포장 바로 벗겨 먹을 수 있는 것들, 조리시간 줄여봤자 별 거 없다. 차라리 여유있게 요리하면서 이런저런 생각 하고, 다른 자투리 시간을 줄이는 게 낫겠더라. 

둘, 사람들도 변하더라. 설마 나 혼자 유난 떤다고 남들이 뭐 어쩔까 싶었는데 왠걸, 트위터에서 한 분, 오프라인에서 두 분이 '나도 텀블러 가지고 다녀요'하실 때 살짝 놀라면서도 기뻤다. 얼마나 지속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몇 번 동안은 일회용품 줄어들겠지. 잠시 논점일탈. 생뚱맞지만 내가 좀 더 시크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사람은 일회용품 안 쓰고 텀블러 들고 다니더라 하는 게, 좀 더 좋은 행위로 세상에 비칠 테니까. 이건 타인이 일회용품으로 베푸는 호의를 예의있고 정중하게 거절하는 매너를 갖추는 것도 같은 맥락 되겠다. 좌우간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할 이유가 더 생겼다는거. 

셋, 방법 있고 다 살아진다. 그것도 더 기분 좋게. 당연한 거겠지만. 텀블러 넣고 다니는 가방 조금 무거워질 뿐이고 남들 일회용 나무젓가락 짝 소리 내며 뜯을 때 가방에서 주섬주섬 내 젓가락 꺼내는 게 살짝 불편할 뿐이다. 그 약간의 불편함, 텀블러 무게 100g 더 지고 다니는 것과 10초 걸려 나무젓가락 꺼내기만 하면, 종이컵처럼 쉬 누글누글해지지도 않고 뚜껑 닫을 수도 있는데다 오래 써 손에도 잘 감기는 편안함을 누릴 수 있고, 싸구려 나무젓가락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내 손에 익은 젓가락을 쓸 수 있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 조금 거창하지만 '나는 조금이나마 세상을 좋게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좀  가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 프로젝트 참가하면서, 텀블러를 카페 테이블 너머 점원에게 건낼 때, 처음엔 머쓱했지만 좀 지나니 약간의 자부심도 느껴졌으니까. 조금이나마 이 땅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있노라고. 우습긴 하지만 이거 무시 못한다고 본다. 다회용 제품을 사용하는 게 멋지고 가치있는 일이라는거. 이걸 사람들 마음 속에 퍼뜨린다면 그만큼 지속가능해지지 않을까? 세상에는 좋은 자뻑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넷, 소비보다는 사용. 좀 더 마르크스식으로 이야기하자면 교환가치보다는 사용가치를 중시하는게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거 같다. 이번달, 나윤선의 새 앨범 말고는 새 CD를 안 샀다. 어쩔 수 없이 중고 CD는-_-;;;; 꼭 필요한 교재 아니면 책도 안 샀다. 산 것도 교보 바로드림을 써서 포장재 안 쓰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있는 CD 듣고 또 듣고, 라디오 귀 기울여 듣고, 책도 빌려보는 양 늘고 가지고있는 책 보고 또 보게 되고. 좀 더 깊게 보고 듣고 읽고 했지 싶다. 끊임없는 소비욕구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내가 지니고 있는 걸 충분히 즐기기. 심지어 밥 먹는 것도 뭐 먹고 싶은데 마트에서 뭐 사다먹을까? 주말인데 마트에서 뭐 사다가 해물리조또나 해 먹을까 하는 게 아니고 냉장고에, 집구석 베란다에 뭐 있는지 구석구석 뒤지게 되더라(이것까지 쓰면 너무 구질구질해져서 뺐지만-_-).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건 역시, 너비와 폭이 아니라 깊이더라. 그런데 1회용품에 젖어살면 너비와 폭은 키울 수 있어도 깊이는 키우기 힘들지 않을까? 이건 너무 형이상학적인 이야기인가? 무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더라. 

 

다섯, 앞으로도 일회용품 '덜'쓰고 살아가겠다. '안'이라고 못 쓰는 건 아쉽지만. 가장 중요한 다짐 이거 아닐까? 한달 한 거, 설마 일년 못하고 머리 하얗게 될 때까지 못할까. 

이걸로 따라쟁이의 한 달, 착한시민프로젝트를 닫습니다. 좋은 기회 주신 딸기님께 감사 또 감사. 그리고 함께 한 유기자님, 외계모녀 어머님, 이배우님,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텀블러와 수저집, 계속 가지고 다니실거죠? ^_^o-



p. s. 따라쟁이는 프로젝트 종결 기념으로 술 사러 나갑니다. 물론 병. 맥. 주.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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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착한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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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착한시민 2010.11.01 0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계모녀] 1기생(이렇게 명명되었더라구요^^) 4명 중 가장 착실하게 30일간의 일기를 쓰신 따라쟁이님은 정녕 훌륭하십니다. 거기다가 이렇게 구체적인 실천과 멋진 생각들까지! (중간중간 복잡해서 이해 안 되는 것 패쓰 ㅋㅋ) 따라쟁이님을 따라하고픈 외계모녀가 따라쟁이님에게 "조금이나마 세상을 좋게 만들고 있다상" 드리고 싶네요 ㅎㅎ 부상으로 나윤선의 노래 한 곡 라이브 .. (누가? 나윤선이? 아니면 외계모녀가? ㅋㅋㅋ 여기 나윤선 팬 1인 추가요~)

    • [따라쟁이] 2010.11.02 03: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으하하. 유기자님께도 말씀드린건데, 불량시민으로 뒤풀이때 벌이나 안 서면 다행이라 생각하고있습니다. 상은 무슨요^^

      나윤선 이번 엘범 참 좋아요. 특히 부클릿 볼 생각도 안 하고 일곱번째 트랙 기타 리프 들으며 설마 했다가 enter sandman나오는 데서 환장했습니다. ㅋㅋㅋ

  2. 윤기자 2010.11.01 1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따라쟁이님의 성실한 일기는 감탄의 대상이었습니다요!!
    개인적으로 따라쟁이님 하면, 전 커피를 내리던 삼베천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ㅋㅋ
    병맥주, 막걸리와. (카페인, 알콜과 특별히 친한 따라쟁이님)
    한때 마이너스까지 내려가서 "저걸 어쩔"까지 했지만, 24점으로 마무리 하셨군요. 이정도면 선방하신 듯!

    vital behavior ... 또 배우고 갑니다..
    저의 목표는 늘 새벽에 일어나서 제 시간을 확보하는건데, 늘 몸이 말을 안듣는다는 핑계로 예닐곱차례 울리는 알람을 끄기만 하고 늘어져 자는데 따라쟁이님의 마무리 글을 읽으며 다시 심기일전해볼랍니다. 11월에는 꼭 이걸 고쳐봐야겠어요. 텀블러와 1회용컵, 회사에선 사용하는데 회사근처 커피숍에서는 생각없이 일회용컵에 주면 받아마시곤 했는데 이것도 고치고요.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 [따라쟁이] 2010.11.02 0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핫, 삼베천 여유가 좀 있는데 잘라드릴까요? 안그래도 좀 커서 불편했는데 말에요. 뒷풀이때 이것도 분빠이 해볼까요?^^

      네. 그 악랄한 후배녀석(?)만 아니었으면 더 선방하는건데 아쉽네요. vital behavior는 요즘 공부하는 분야가 그런 쪽이라서요. 윤기자님의 습관을 바꾸는 vital behavior잘 찾아서 생활하시길 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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