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알뜰하게 사는척 하더니.. 사실 얼마 전에 지르고야 말았습니다.

 

집에 그릇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가끔 국수나 라면 먹을 때 담아 먹을 만한 면기, 스파게티나 카레 해먹을 때 담을 납작하고 큰 그릇이 없었거든요. 작고 접시에 담으면 늘 흘러 넘쳐서요. 그래서 옳거니! 드디어 뭔가를 사보겠구나 하고 마음이 들떴다지요. 그래서 인터넷 쇼핑몰 열혈 검색을 밤낮으로 해댄 끝에 마음에 드는 그릇들을 찾아냈습니다.  예전엔 옷에 욕심이 생기더니, 이제 그릇 욕심이.. 저도 이제 주부인가 봐요. >_<

 

하지만 또 그릇을 사자니 결혼 후 이제 막 생활비 지출이 안정적으로 되려는데 또 돈이 나갈 거 같아 살짝 마음이 불편해지려 하더군요. 그런데 마침 생각나는 게 있었습니다! 바로.. L 백화점 포인트였습니다!!!신혼여행 가면서 L 면세점에서 얼마나 질러댔던지, 무려 포인트가 4만 포인트 이상 쌓여 있었습니다. 곰곰이 해보니 그때도 350달러인지 400달러 이상을 사면 4만 포인트를 준다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 포인트 받겠다고 마구마구 장바구니에 담았죠. 뭐 결국은  별 딱히 필요도 없는 선크림이 두 개씩 있게 되고, 그렇게 되더군요.

지금은 절대 그런 것들에 낚이지 않을 것이지만!(과연..?) 그 땐 몇십 만원 쯤이야 ~” 하며 돈 감각이 무뎌져 있을 때였어요.  나중에 카드빚에 뒤통수 맞고서야 제가 저지른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수습하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지만요... 



저의 찬란한 과거......  찾아보니 마침 면세점 주문서가 있더군요.


저의 그런 회한과 반성이 담긴 4만 포인트입니다. 현금으로도 하면 4만 원이지요. 어차피 생긴 거 써버려야 하지 않겠어요? 마음에 드는 파스타 접시들을 주문하고 또다른 그릇을 사려는데 이게 마음속에서 몽글몽글 하니 또 뭔가 피어오릅니다.

4만 원까진 돈을 주지 않고 사니, 3-5만 원어치를 더 사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래도 7-10만 원어치 사는 것보다 4만 원이나 이미 아꼈잖아.” 하면서요.


제가 이미 가진 4만 원은 철저하게 제가 이미 지급한 비용임에도, 그걸 사용할 땐 그만큼 공짜로 사고 있다고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면기를 2개만 사도 되는 거, 이왕 살 거 손님 오면 필요할 테니까 몇 개 더 살까? 하면서 클릭했다가 삭제했다를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르겠네요.

 

결국 딱 필요한 면기 2개와, 파스타 접시 세트를 샀습니다. 사실 파스타 접시 세트도 저흰 2개 정도만 필요했는데, 5개 세트로 있더라구요. 그런데 보통 하나에 만원 정도 하는데 이건 다섯 개에 2 7천 원으로 나와,  저는 이 5개 세트를 구입했습니다.  ..-_-;

이렇게 제가 총 결제한 금액은 2천 원 가량이네요. 하지만 이미 보이지 않게 4만 원을 더 결제한 셈이겠죠…?? 하지만 늘 그 사실을 잊어버먹고 또 2천 원에 그릇 샀다며 전 좋다고 하고 있습니다.-_-;

 


 

배송되어 온 그릇들을 받고 나니.. 역시나,  과연 제가 이 접시들을 다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씽크대 찬장엔 이미 접시가 5개나 있고 음식이 비록 흘러 넘친다 해도 조금만 음식 담을 때 요령이 생기면 쓰는 데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뒤늦게야 듭니다.

 


그리고 또 며칠 전엔 책도 질렀습니다. S모 통신사의 포인트 카드에도 4만 포인트가 넘게 쌓여 있더군요. 12 31일이 되면 소진된다는 생각에 아까워 어떻게 할까 하다가 벼르고 있던 책을 샀습니다.  모 쇼핑몰엔 통신사할인을 적용해줘서 다른 인터넷 서점보다 5천 원~1만 원까지 할인을 해주더군요. 

 

친구에게 선물로 보내면서 주문했더니 1만원이 포인트 할인이 되고, 또 제 책들을 주문하면서 5천원씩 두 번을 사용했어요. 하루에 한번만 되어 또 삼 일에 걸쳐 나누는 치밀함까지 보이면서요!  책도 더 사고 싶은 걸.. 꾹꾹 참으며 책 리스트를 적어둔 거에서 고르고 또 골라 산 것이니 후회는 하지 않게 되길 바랄 뿐이네요!  사실 예전엔 인터넷 서점에서 리뷰만 믿고 무작정 주문했다가 보지도 않고 또 책값도 아까웠던 책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쿠폰 할인, 쇼핑몰 포인트 할인, 게다가 멤버십 할인까지 받으니

무려 전체 금액의 30% 이상의 할인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공짜로 받은 할인일까요..?

이 포인트를 쓰기 위해 전 결국 추가적인 소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은 포인트를 뿌리고, 다시 그 포인트를 이용해 사게 하면서 딱 그 포인트만큼만 사게 하는 게 아닌 결국 추가적인 소비를 하게 만드는 시스템!! 포인트의 유혹은 정말 달콤하면서, 뒤끝은 정말 씁쓸합니다... 

포인트를 쓰려 하다 보면 결국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가게 되는 것임에도 그 포인트를 쓰지 않으면 왜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것일까요!!  기업은 크게 인심 쓰는 척 포인트를 주는 거 같고, 왜 소비자는 넙죽 감사히 받고 황홀하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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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착한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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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탱누나 2010.12.21 16: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거 지르실 때 나 옆에 있었던 것 같아요 마치.^^ 아우 내맘이랑 똑같아... 놨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그런데 그릇은 세트로 구비해 놔도 2년에 한번 쓰면 많이 쓰는거더라고요. 6개 세트에서 늘 2-3개만 쓰고, 어쩌다 모자르면 그날은 그냥 모자른대로... 성찬을 대접할 것도 아니고 뭐... ->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고. 올 여름에 접시 6개들이 두 세트 사고 좋~다고 입이 찢어져서는... 사실 같은 그릇 너무 오래보면 물리고 지루해서 바꿔주면 주방 노동에 활력을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오호호~ (그래서 잘 질렀다는건지...)

    얼마전 카드사 전화 와 꼬시기를, 선포인트지급이라고 듣보잡 지불 방식. 설명을 들으니 쌓이지도 않은 포인트 가지고 미리 돈을 내 줄테니 그만큼 쓰라는 말. 됐다는데 자꾸 전화 와...
    카드 미오요... 편하기도 하지만 야속하기도... 퍼런 지폐로 지불하면 아이고 내 돈, 하고 아까운데 카드는 그게 덜하니 문제졈. 사실 나도 사은품과 포인트에 안 속고 살자, 한지 얼마 안돼요...

    • 매실장아찌 2010.12.21 23: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흐~ 이심전심이군요! 전 왜 엄마들이 그릇에 집착하는지 몰랐는데 이제서야 이해가 되어요.-_-;;;;
      요리 담을 때 그릇이 이쁘거나 맘에 들면 괜히 요리도맛있어 보이고....ㅎㅎㅎ

      선포인트 지급은 정말!!미끼중에 왕미끼인거 같아요! 덥썩 물면 그냥 확 ~ ....... 신용카드를 끊는것만이 답이겠지요..... -_-;

  2. 이기자 2010.12.22 1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2년전 선포인트로 자동차살 때 꼴랑 30만원 할인받고 2년간 포인트로 갚았다는;;; 지금은 끝났습니다.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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